학현 변형윤 선생(1927. 1 ~ 2022. 12) 은?  

 

선생의 삶은 주로 경제학 연구와 인재 양성 그리고 민주화 실천의 삶이었고, 인간 존중과 경제민주화 정신이 그 삶의 근원이다.

1. 학문적 성과 


 학현 선생은 1955년부터 서울대 상과대학에서 경제통계학, 계량경제학 등의 강의와 교과서 출판을 통해 근대적 경제학 방법론을 한국 경제학계에 도입함 (『경제수학』(1957), 『통계학』(1958),『경제 및 경영통계』(1960) ).

 4.19 혁명 이후 혼란스러운 사회와 어려운 경제 현실을 마주하면서 상아탑에 안주하여 경제 이론을 연구하는 데에서 벗어나 현실, 응용 경제학의 필요성을 절감하여 경제변동론을 학계에 도입하고, 한국경제론, 경제발전론의 발전과 저술에 힘씀. (『경기순환연구』(1976), 한국경제론(1977, 편저),『한국경제의 진단과 반성』(1980) ).

 1980년대에는 선생은 주류경제학만으로는 한국경제의 현실을 설명하기 어렵고, 외채 위기 등 한국경제의 어려움을 타개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연구 관심을 비주류경제학으로까지 확대함 (『반주류의 경제학』(1981, 편) ).

 선생은 학자의 길을 시작하면서‘강단을 떠나지 않겠다는 결심’을 세운 바, 공직 및 정치계로부터 고위직 제의가 있어도 이를 사양하고, 대학에서 정년퇴임을 함. 선생은 학문적 업적을 인정받아 1993년 대한민국 학술원 회원으로 추대됨.

2. 인간의 행복을 위한 경제학 추구 


 선생은 평생 영국 경제학자 알프레드 마샬의‘차가운 머리, 따뜻한 가슴’이라는 경구를 가슴에 새기고 실천해 옴. 경제학은 부의 축적 뿐 아니라 인간 존중의 학문, 인간의 행복을 추구하는 학문이어야 한다고 강조함.

 선생은 한국의 경제개발5개년계획의 평가 교수로서 고도성장의 폐해인 물가, 분배 문제의 해결을 촉구하는 등 한국경제가 걸어야 할 바람직한 발전 방향을 제시해 옴. 한국경제가 자립경제, 건전하고 균형적인 경제로 발전할 것을 지향하였으며, 이를 위해서는 경제민주화가 필요하다고 봄. 경제민주화는 민주주의를 경제에 적용하는 것으로, 중소기업, 노동자 등 경제주체들이 자신의 정당한 경제적 권리를 관철할 수 있는 상태를 말함.

 선생은 경제민주화 연구 뿐 아니라 실천에도 힘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초대 공동대표를 역임(1989~1994)하면서 경제력 집중 방지, 중소기업 강화, 부동산 투기 방지, 공정 분배를 위해 헌신함.

3. 반독재 민주화 실천 


 선생은 경제발전, 경제민주화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정치 민주화도 중요하다고 인식하고, 정치적 탄압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의 민주화를 위해 헌신함. 4.19 혁명 당시 4.25 교수단 데모에 참여하여 이승만 대통령의 하야를 이끈 결정적 계기를 제공함.

 1980년에는 서울대교수협의회 회장으로 대학 민주화(4월 ‘최근 학원사태에 대한 성명서’추진위원)와 정치 민주화(5월, ‘지식인 134인 시국선언’준비위원)를 위한 노력에 앞장섬. 전두환 군사 정권은 이를 빌미로 교수직에서 해직을 시켰으나 선생은 이에 굴하지 않고 해직교수모임 운영위원(1983~1984)을 역임하면서 해직교수들의 원적 대학 복직을 이끔.

 1987년에는 한겨레신문 창간위원회 겸 고문(발기인 번호 1번)으로 독재정권의 통제에서 자유롭고 국민들의 의사를 올바르게 전달하고 대변할 국민주주 언론인 한겨레신문의 창간에 기여함.

4. 인재 양성 


 선생은 1955년부터 서울대 상대에서 강의를 시작하여 1992년 정년퇴임하기 까지 수많은 후학을 양성하였으며, 이들은 학계, 정부, 재계에 진출하여 한국경제를 이끔.

서울대 상과대학 학장(1970~1975) 시절에는 유신정권하에서 학생들을 보호하는 데 앞장 섬. 학장으로서 불가피하게 데모를 한 학생들을 징계할 수밖에 없었으나, 제적을 당한 학생들조차도 자신들을 가장 잘 이해하고 보호한 학장이라는 사실을 알았기에 지금까지도 선생을 찾아뵙고 있음. 선생은 제자들을 위해 법정에서도 변론을 아끼지 않음.

선생은 1986년 한국계량경제학회, 1987년 한국사회경제학회, 1994년 한국경제발전학회를 설립하여 학문 발전 및 후학 양성에 힘을 기울임. 특히 민주화 이전 시기에는 후학들이 안전하게 연구할 수 있도록 방패막 역할을 함. 한국사회경제학회는 당시 정부가 백안시하는 정치경제학 연구를 목적으로 하였는데, 선생은 개인적 신변 위협에도 불구하고 연구의 자유 확보를 위해 설립에 앞장섬.

 선생은 후학들과 연구 모임을 결성하여 경제민주화를 위한 연구를 수행함. 1982년 해직교수 시절 학현연구실을 설립하였고, 정년퇴임 후인 1993년에는 이를 확대 개편하여 서울사회경제연구소를 출범시킴. 서울사회경제연구소는 소위‘학현학파’의 산실로, 사회적 약자를 포용하는 인간 중심의 경제, 공정하고 민주적이며 활력있는 경제, 미래를 향한 혁신적이고 지속가능한 경제의 실현 방안을 연구하고 있음. 연구소는 창립 이후 30년 동안 꾸준히 매월 월례토론회, 매년 공개 심포지엄을 개최하고, 연구총서, 이슈와 정책 등 출판물을 발간하여 왔으며, 현재 189명의 교수 및 박사가 활발히 활동 중임. 선생은 1993년 창립 이후 2021년까지 연구소의 이사장직을 수행하였고, 이후 명예이사장을 역임함. 연구소 현 이사장은 강철규 교수(전 공정거래위원장)임.